낭만적 밥벌이 (렛츠리뷰)

『 낭만적 밥벌이 』 - 조한웅

된 말로
'홍대앞 죽순이'라 할 수
있는 나에게 이 책이 얼마나
반가운 존재였는지 모른다.
요즘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홍대앞 까페들의 모태라 할
수 있는 '비하인드'가 생겨
났을 때부터 홍대앞은 나의
play ground, 최고의 일탈의
장소였다. 실제로 홍대앞의
숨은 구석구석에 있는 까페
까지 거의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인데, 이런 내가 '나도 저런
까페 하나쯤 차려봤으면...' 하는
생각을 안해봤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매달
받는 월급으로 아끼고 저축하며
살아가는 삶에 만족해야하는
소박한 직장인들에게 '까페
사장님'이란 직함은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까페를
운영한다는 건, 그것도 특히나 내 자본금으로 까페를 오픈한다는 건
너무 비현실적이고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키키봉은 저질렀다. 그것도 아주 뽀대나게 성공적으로...
물론 여러가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태클을 걸며 덤벼들었고, 적잖이 당황하고
조금은 좌절하는 듯도 했지만 어쨌거나 자판기 커피에만 익숙한 30대 미혼남이
홍대앞 까페로 저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리앤키키봉'은 사실 올초부터 내가 자주 드나들었던 까페들 중의 하나였다.
(내가 가장 최근까지 빈번히 드나들었던 까페 사장님의 창업 성공담이라니...
우연히 생긴 당첨 행운이라고 해도 너무 뜻밖이다.)
그 곳을 자주 찾았던 이유가 바로 안락한 다락방 구조, 자리마다 연결된 콘센트,
오래된 영화를 틀어주는 큰 스크린.. 이렇게 세 가지였다. 이 모든 게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적 특성에서 기인한 점주의 아이디어였다니...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까페 본연의 목적에만 매달려 보았다면 절대로 얻을 수
없는 발상이었을 것이다.  까페 운영을 처음해보는 초보였기에 가능했을 성공의
핵심 요인이랄까...
항상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고, 비주류가 주류로 탈바꿈하는 홍대앞이기에
이런 신선한 발상이 먹힐 수 있었을 것이리라.

'낭만적 밥벌이'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지겨운 생활에 지치고 고된, 야근이
진저리나는 직장인들에겐 정말 솔깃할만한 얘기지만 실상은 매우 위험할 수도
있는 밥벌이다.
키키봉과 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까페보단 밥집과 PC방이 더 좋은
노총각들이고 어찌보면 홍대 문화의 문외한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들이
까페를 그만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볼 수
밖에... 물론 그들의 빠른 추진력과 대세에 발빠르게 맞춰가는 적응력도
있었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운이 좋았군'이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실제로 제법 친한 선배가 2년 전 홍대앞에서 카페를 오픈한
적이 있고, 그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결과 그건 결코 낭만적인 일이 아니다.
그 선배 역시 제법 초반부터 자리를 잡아 지금은 꽤나 안정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겪은 고난의 시간들은 감히 평범한 직장인은 엄두를
내어보기 힘든 그 무엇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사실 이 '낭만적 밥벌이'를 통해 지은이가 이룩해 낸 것을
읽으면서도 생각보다 솔깃해지진 않았다. 다만 이 책의 거의 마지막 장에
나왔던 말이 참 가슴에 와 닿았다. 화학을 전공하던 학부 시절엔 카피문구
만드는 일에 몰두하다 결국 카피라이터가 되었고, 카피라이터가 된 후엔 
야근이 싫어 프리랜서를 꿈꾸었고,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까페
창업자가 되었다는 키키봉. 그는 까페를 운영하면서도 또 생겨날 그의 다른
꿈을 좇아서 끊임없이 시도해볼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꿈을 믿고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 젊음을 불사르며 끝없이 도전하는 그의 삶, 참 멋있다.
적어도 '일탈의 유희'라는 제목 아래 소심하기 짝이 없는 작은 일탈들을 꿈꾸고
늘어놓는 나에겐 참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던 책이었다.

더불어 책의 디자인이나 구성에 대해서 살짝 언급하자면, 일단 표지는 무언가
모르게 '홍대스러운' 느낌이었다. 조금은 일관성 없어 보이는 일러스트에
차분한 듯 독창적인 글씨체가 맘에 들었다. 책 속에 삽입된 사진들은 키키봉이
직접 찍은 까페 사진들이라는데, 까페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이나 다른 사람들은
눈치챌 수 없는 '사연이 담긴 공간'에 대한 소개의 매개체로서 참 적절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직접 '리앤키키봉'을 찾았을 때는, 문을 밀어서 여는
순간부터가 재밌고 편안하면서도 뭔가 압도적인 분위기였는데,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을 법한 2-3장 정도의 큰 사진이 첨부가 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란
아쉬움도 남았다.

낭만적 밥벌이...
나도 대충 까페나 차려가지고 뽀대나고 여유롭게 커피나 마시며 돈벌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한량들에게는 '낭만적 밥벌이'가 매우 허황된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위험한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대신 무언가 마음에 품은
뜻과 소박할지라도 꼭 이뤄보고 싶은 꿈이 있는데도 망설이기만 하는
사람들을 도발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렛츠리뷰
by ihati | 2008/05/01 00:42 | 편협한 시각 B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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